|
|
문신 이야기(Tattoo story)
피부에 색소를 투입해서 의도적인 모양을 새겨넣는 문신은 일반인이 시술할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된다. 이는 의료인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이 같아 보이기도한다. 문신은 우리에게 그렇게 낯선 존재는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삼한시대의 변한 지역에서 성행한 바 있고, 이집트에서는 미이라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인류 최초의 영구화장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연인의 가슴에 사랑의 서약을 새겨 넣는 모습은 흔히 영화에서 비극을 암시하기 위해 이용되는 수법이기도 한다. 의료 행위에 대한 정의는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무면허 의료 행위를 처벌하는 판례에 의하여 형성되어 왔는데, 70년대에는 의료행위를 ‘인간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행위, 질병을 낮게 하는 행위’로 파악하였다. 그 결과 곰보 수술, 쌍눈꺼풀수술, 콧날세우기 등의 미용성형 수술은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하였다. 이후 성형외과학회가 성립되는 등 사회적으로 미용성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미용실 등에서 시행한 미용 시술의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면서 판례는 의료 행위를 ‘의사가 행하지 않으면 사람의 생명 신체에 해가 미치는 행위’라고 넓게 정의하게 된다. 이 정의에 의하여 문신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되게되었다. 문신을 의료행위로 보게된 데에는 1950년대 후반부터 전세계적으로 보고되기 시작하였던 B형 간염의 전염이 가장 주요한 원인이 된 것 같다. 1959년 미국 뉴욕시 보건위원회는 문신시술소에 대한 위생기준을 법령으로 정하였고, 문신 시술가들은 위생기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당시 뉴욕시에는 8곳의 문신시술소가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비위생적인 문신 시술에 의한 간염 환자가 1960년에만 30명이 보고되었고, 그 중 1명은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계기로 뉴욕시는 청문회를 거쳐 문신을 의료인만이 시행할 수 있는 행위로 법제화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규제에 대하여 문신 시술가들은 저항하였다. 시가 제정한 문신 규제법령의 시행을 금지해 줄 것을 법원에 청구하였다. 판결은 엎치락뒤치락 했지만, 결국 상급법원은 뉴욕시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후 가압멸균과 같은 소독 방법의 개선이 있었고, 문신 자유화 운동이 일어났다. 현재 미국은 문신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으며, 11개 주는 문신을 허용하고, 2개 주는 문신을 의료 행위로 금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주는 시나 카운티 입법에 맡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용실에서 시술한 미용문신이라는 영구화장이 문제가 되었다. 고등 법원에서는 바늘의 침투 깊이가 진피에 이르는 일반적인 문신에 비하여, 미용 문신은 표피에 한정되므로, 감염의 위험성이 적다고 보아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록 표피에 국한시킬 목적으로 시행하는 문신행위라고 할지라도 진피에까지 바늘이 들어갈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므로, 병의 전염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다고 보아 의료 행위라고 하였다. 이후 우리 법원의 태도는 일관되어 있지만, 현실은 법과 너무나도 괴리가 있다. 인터넷을 두드리면, 수십 개의 문신시술소 홈페이지가 검색되며, 다양한 모양의 문신 견본들이 구매자를 유혹하고 있다. 일반인의 인식 역시 문신을 의료기관에서 해야하는 위험한 행위로 보지는 않고 있으며, 의사들은 회화 실력이 없어서 원하는 모양을 제대로 그려 주지도 못하면서, 요금만 비싸게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제 문신을 자유화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문신시술가의 자격을 법으로 정하고, 의사가 아니라도 일정한 보건 교육을 이수한 후 문신 시술하는 것을 합법화시키는 것이다. 여기에도 반론은 있다. 첫째는 거리의 문신시술자가 주장하는 것이다. 예술의 자유, 영업의 자유를 위하여 문신시술자의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한다. 누구라도 어디에서라도 문신시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감염의 가능성을 이유로 한 허가받은 문신 시술가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둘째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실제로 문신 시술자들이 이수한 교육 내용대로 보건 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연구 보고가 있기 때문에 보건 교육의 수준을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보건 교육이라고 하는 것이 너무나 형식적이라고 보는 것은 의료인들의 입장이기도 하다. 여름은 노출의 계절이다. 신세대라면 한번쯤 유행을 따라 싼 값에 문신을 하고 싶다는 유혹을 느낄 것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