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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의료행위 규정 삭제 로비 때문?
"의료법 전부개정법률안에서 수지침 등 ‘유사의료행위’ 근거규정(제113조)을 삭제한 것도 한의사협회의 로비 때문일까. 의사협회 장동익 회장이 의료계에 관련 법안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정치권에 금품을 제공했다고 밝히면서 관련 법안 처리 과정에서 실제로 얼마만큼 영향력이 미쳤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월 24일부터 3월 25일까지 30일간 의료법 개정안 입법예고기간 중인데도 보건복지부가 한의사협회의 강한 반발로 유사의료행위 근거규정을 삭제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해당 상임위 의원들이 바쁜 임시국회 일정에도 불구하고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에까지 줄줄이 참석해 이익단체의 집행부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등 곳곳에서 로비 의혹의 흔적이 감지되고 있다. 복지부 김강립 의료정책팀장이 3월 15일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열린 ‘의료법 전면개정 공청회’에서 의료법 개정안 가운데 유사의료행위 근거규정을 갑자기 삭제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그 배경이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법에 의료가 아닌 유사의료행위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는 것은 법체계상 부합하지 않는다”고 이유를 들고 있지만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정부가 개정법률안을 마련하면서 사전에 가장 기본적인 법률적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은 국회에서나 언론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의료법 개정안을 설명하면서 “수지침이나 카이로프랙틱 등 의료인들이 공급하지 않지만 실제로 국민들이 소비하고 있는 서비스는 받도록 해야 한다”며 유사의료행위의 합법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쳐왔다. 이 때문에 공청회 개최 하루전날 한의사협회 엄종희 회장 및 한의정회 책임자와 복지부 고위공무원이 비밀리에 만나 사전 ‘빅딜’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었다. 당시 경실련은 성명을 내고 “시민사회의 믿음은 공론의 장마저 정치적 야합을 합리화하는 장으로 바꾸어버린 복지부에 의해 무참히 짓밟혀 버렸다”면서 “복지부가 공청회를 여론수렴과정이 아닌, 요식행위로 생각하고 있다”며 유사의료행위 조항 삭제를 강하게 비난했다. 경실련은 특히 “공청회는 각각의 입장을 가진 이들이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고 담당 정부부처가 이를 수렴해 향후 정책결정에 참고하는 과정으로, 복지부 관계자가 즉답을 할 수 있는 성격의 자리가 아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 관계자가 즉답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복지부와 의료계가 사전 협의가 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혹은 한의사협회 제52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잘 반증해주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는 열린우리당 A의원이 참석해 축하했다. 복지부 유영학 정책홍보실장은 유시민 장관을 대신해 총회에 참석, 치사를 통해 “공청회에서 한의계가 유사의료행위의 문제를 잘 지적해줘서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사실 복지부에서도 논란이 있었으며, 여러 가지 논란 끝에 이러한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유 실장은 또 “여러분께서 한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고 밝혀 사전에 한의사협회 집행부와 무언가의 약속을 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러나 유사의료행위 조항은 약속대로 삭제됐지만, 한의사협회 비대위의 의료법 전면 거부는 철회되지 않았다. 이에 부담을 느낀 엄종희 회장은 총회 종료 10여분을 남겨둔 채 사퇴 의사를 밝히고 말았던 것이다. 한의계 한 소식통에 따르면 “한의사협회 A 전 회장은 의사협회 의정회 문제가 터지자 급히 일본으로 도피했다”며 “아마도 한의사협회 한의정회 문제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불안한 나머지 미리 빠져나간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을 비춰볼 때 복지부가 의료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거치면서 신설한 유사의료행위 규정 등을 삭제하는 등 의료계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한 점도 의구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녹취록에서 장동익 회장은 “의료법 개정 문제가 집중적으로 불거진 지난 1월 복지부 공무원들과 골프를 치고 거마비를 줬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의협에서 골프를 치자는 제의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거절했다”면서 “누가 민감한 현안이 있는데 이해 당사자들과 골프를 하겠느냐”고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의사협회 제59차 정기대의원총회에는 보건복지위 소속 4명 등 의원 5명이 참석해 한결같이 의사협회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총회에서 한나라당 A의원은 “장 회장이 의협을 잘 이끌고 있다”고 추켜세우고 “한나라당에서 많이 도와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B의원은 “의사들이 여러 가지 법 개정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의료법 등에 대한 의사협회의 대응에 간접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한나라당 C의원은 “어려운 때 보건복지위에 있지도 못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D의원은 “의료법은 관련 단체의 입장을 적극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이들 의원은 사태가 불거지자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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